[숫자로 본 한 주간] ‘309 vs 8’ 그리고 ‘5,000 vs 15,000’ 숫자로 본 한주

이번 한 주는 ‘309와 8’ 그리고 ‘5,000과 15,000’을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숫자로 꼽아봤습니다.

309라는 숫자에서 많은 분들이 짐작을 하셨을 걸로 보이는데, 309는 지난 8일 한나라당이 단독으로 강행처리한 2011년도 예산안 규모를 말합니다. 정확히 309조 567억원입니다. 대한민국의 내년 한 해 예산이니까 어마어마한 금액이죠.

그런데 309조원이라는 예산이 의결되는데 걸린 시간이 딱 8분입니다. 한나라당이 단독으로 국회 예결특위 전체회의를 개의한 시간은 지난 8일 오전 11시2분입니다. 2011년도 예산안, 2011년도 기금운용계획안, 2011년도 임대형 민자사업(BTL) 한도액안이 2분 만에 통과됐습니다.

국회 본의장은 뉴스를 봐서 아실 겁니다. 정의화 국회 부의장이 8일 오후 4시47분에 새해 예산안을 상정했는데, 가결된 시간이 오후 4시53분입니다. 딱 6분 걸렸습니다. 그러니까 예결특위와 본회의를 합쳐서 309조원의 예산이 의결되는데 8분 걸린 셈입니다.

제가 일주일에 한번씩 장을 보러 가는데, 가기 전에 사야할 품목을 아내와 논의를 합니다. 빠져야 될 것과 추가될 것이 논의를 통해 정리가 됩니다. 액수가 대략 3-4만원 선입니다. 최소 10분 정도 논의를 합니다. 그런데 309조원대의 국가 예산을 처리하는데 8분 밖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한 가정의 ‘장보기’ 보다 못한 예산안이 무사통과로 뚝딱 처리가 됐는데 ‘알뜰 살림’을 기대하는 건 무리죠. 이 돈, 의원들 주머니가 아니라 국민 세금에서 나옵니다. 지금 3년 째 제대로 된 논의가 없는 이런 식의 일방 처리가 이어지고 있는데, 예산안 심의하는데 ‘최소 논의시간제’라도 도입해야 하는 건 아닌지 그런 생각도 해봤습니다. 일정 시간 충족이 안 되면 본회의 상정을 하지 못하게 만드는 그런 법을 만드는 거죠.

의무적으로 논의를 하게 만드는 방법인데, 이런 방안이 정상적인 건 아닙니다. 그런데 주먹질하는 것보다는 이런 식의 방법이 훨씬 낫다는 생각이 드는 건 왜일까요.

‘5,000과 15,000’

‘5,000’이라는 숫자에서 ‘감’을 잡으신 분들도 있을 듯 합니다. 치킨 값입니다. 롯데마트가 한 마리에 5,000원하는 자체 브랜드 치킨을 지난 9일부터 판매하기 시작했죠. 일반 배달 전문 치킨 가격이 보통 15,000원 정도인데, 이걸 감안하면 가격이 1/3 수준입니다. 그래서인지 어제(9일) 롯데마트 매장에서 판매한 ‘튀김 닭’은 동이 났다고 합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싸니까 가격 부담이 안 되고 좋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그런데 치킨 판매는 대표적인 ‘서민형 자영업’으로 분류되는 업종이죠. 이런 곳까지 대기업이 진출하면 대체 서민들은 어떻게 생계를 꾸려가란 소리냐, 이런 비판이 더 많습니다. 이른바 ‘골목 상권 침해 논란’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죠.

더 논란이 제기되는 건, 5,000원에 숨겨진 의미입니다. 롯데마트 튀김 닭 한 마리 원가가 대략 6,200원 정도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롯데마트는 원가도 안 되는 가격에 손해를 보면서 닭을 판매하고 있다는 얘기죠. 일각에서 튀김 닭이 고객유치를 위한 미끼 상품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는 이유입니다.

서민들은 생계를 위해 15,000원에 치킨을 팔 수밖에 없는데, 대형마트는 고객을 유치하는 ‘미끼 상품용’으로 5,000원에 튀김 닭을 판매하는 현실을 어떻게 봐야 할까요. 분명한 건, 이번 치킨 판매로 롯데마트는 전국의 영세 닭고기 판매점 운영자를 ‘적’으로 만들어 버렸다는 겁니다.

오죽하면 정진석 청와대 정무수석이 9일 자신의 트위터에서 “대기업인 롯데마트가 하루에 닭 5,000마리 팔려고, 그것도 자신들이 매일 600만원씩 손해 보면서, 전국의 영세 닭고기 판매점 운영자 3만 여명의 원성을 사는 걸까요”라고 비판을 했겠습니까.

우도할계(牛刀割鷄)라는 말이 있죠. ‘소 잡는 칼로 닭을 잡는다’는 의미인데, 지금 대형마트들의 영업전략을 보면서 저는 이 ‘우도할계’라는 말이 생각났습니다.

이 내용은 매주 토요일 CBS '좋은아침 최정원입니다' (오전 6시10분)에서 방송됩니다.
http://www.cbs.co.kr/nocut/show.asp?idx=1658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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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잉여탈출기 2010/12/10 16:03 # 답글

    참 정신없이 통과된 것 같네요.
    그 덕(?)에 꼼꼼히 챙기지 못한 부분들에서 빵꾸가 나기 시작했나보더군요.

    회기내 처리라는 게 중요하긴 하지만 더 중요한 부분들을 놓친것은 아닌지.

    어떤 분들은 야당이 협조했으면 되지 않았냐는 말을 하시는데, 무조건 협조할 거라면 그럼 야당의 존재이유가 무엇인지요.
    그렇다고 육탄저지 밖에 떠올리지 못하는 야당의 협상력 부재는 안타깝습니다만.
    정치의 부재라는 생각이듭니다.
  • 곰도리 2010/12/10 16:13 #

    동감입니다...국회가..정치부재의 공간이 되고 있다는 게 가장..염려되는 부분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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